정부 조직개편의 성공열쇠는 소통과 대화이다
- 갈등을 막고 효율을 늘릴 민주적이고 투명한 사후작업이 시급하다 -
새로운 정부가 들어설 때마다 정부조직을 점검하고 개편하는 것은 꼭 필요한 일이라 할 수 있다. 국정운영을 책임질 대통령 당선인의 국정 철학을 반영하고, 그간 드러난 정부조직의 문제점을 수정하는 일은 국민의 의견을 정부조직에 반영하는 민주적인 과정의 하나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부조직과 같이 막중한 책임과 거대한 규모를 가진 조직을 개편하는 일은 필연적으로 이해당사자들의 크고 작은 반발과 갈등을 낳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정부조직 개편은 큰 틀에서 국민의 목소리와 시대적인 흐름을 정확히 반영하려는 노력은 물론, 갈등을 막고 효율을 증진시킬 세심하고 꼼꼼한 세부작업이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최근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발표한 ‘정부조직 개편안’은 큰 틀에서는 일정한 긍정성을 갖고 있다고 평할 수 있다. 무엇보다 미래창조과학부 신설 및 정보통신기술 전담조직 설치, 해양수산부의 부활 등을 통해 미래성장동력을 이끌 국가역량의 강화에 초점을 두었다는 점은 큰 의미가 있다. 이는 실질적으로 이명박 정부가 축소·폐지했던 과학기술부, 해양수산부, 정보통신부 등을 되살리겠다는 뜻으로, 공직 사회에 대한 편견과 신자유주의 논리에 경도되어 아무런 대책 없이 국가조직을 축소하는 데에만 힘을 쏟았던 이명박 정부의 오류를 반성하고, 국가의 미래를 설계하고 이끄는 정부의 역할을 중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환영할만한 인식 전환이 이루어진 것이라 평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역기능이 예상되는 공룡부처가 또다시 등장한 것은 우려스러운 일이다. 기초과학과 정보통신기술을 미래창조과학부에서 함께 관장함으로써 단기적 성과주의로 인한 기초과학분야의 홀대가 예상되며, 급변하는 정보통신기술의 생태계에 전문성과 책임을 가지고 소신 있게 대처할 수 있는 독립부처(장관급)의 부재가 아쉽다. 장기 지속적인 부처가 필요하다면 그 부처가 오래갈 수 있도록 조직 개편이 이루어져야 하는데, 미래창조과학부의 명칭이나 그 조직 구성에서는 그런 점을 찾아보기 어렵다. 또한 미래창조과학부로 이관되는 우정사업본부는 경제민주화라는 시대적 과제를 위해 우정청으로 승격하여 서민경제의 한축을 정책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역할을 부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아무리 좋은 계획과 설계도 그 구체적인 실행이 뒷받침되지 못한다면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정부조직 개편도 마찬가지이다. 아무리 효율적인 조직을 구상하고 설계하더라도, 그것을 움직이는 것은 제도 자체가 아니라 사람이기 마련이다. 따라서 조직 개편의 문제는 큰 틀에서의 모양새뿐만 아니라, 구체적으로 어떤 사람이 어떤 책임을 지는지, 조직의 구성원들 사이에서 갈등 요소를 없애고 정확한 목표의식을 줄 수 있는지 등과 같은 ‘사람의 문제’로 구체화하기 마련이다. 이러한 세부사항들을 일일이 결정하는 일은 당선자와 몇몇 측근에 의해 이루어질 수 없는 것이 당연한 일이며, 결국 실제로 일선에서 업무를 담당하는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일 수밖에 없다.
현재 발표된 정부조직 개편안은 그야말로 큰 틀의 설계도일 뿐이다. 이 설계도의 취지와 의도가 아무리 긍정적이라 할지라도 그 구체적인 실현과정에서 갈등과 잡음이 반복된다면, 그 의도가 실현되기 어려운 것은 당연하다. 바로 이런 점에서 무엇보다 시급한 것은 ‘현장의 목소리’와 소통하려는 노력이다. ‘현장의 목소리’가 반영되지 못한 조직 개편은 필연적으로 갈등과 잡음을 낳을 뿐만 아니라, 조직의 효율성도 떨어뜨리기 마련이다. 어떤 조직도 그 구성원의 자발적인 의지를 이끌어내야만 효율성을 증진시킬 수 있다는 상식을 잊어서는 안 된다. 결국, 대화와 소통을 통한 민주적이고, 투명한 조직 개편만이 조직 개편의 성공을 이끌 수 있는 핵심열쇠인 것이다. 하루빨리 정부 조직 개편에 대해 다양하고, 진지한 대화의 장이 열리길 기대하며, 우리 행정부공무원노동조합도 새 정부의 조직 개편이 성공적으로 시행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참여할 것이다. <끝> |
